고아원 출신 저자의 자전적 소설. 어릴 적 상처의 시절을 보낸 저자가 시련을 딛고 창작에 몰두한 작품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단 하나의 작품만을 위해 헌신하며 모든 열정을 쏟아 완성한 이 작품은 주인공 김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슬프고 처연한 사연들이 흐르고 있다.
어긋난 인연이 넝쿨 장미처럼 뻗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으로 고아들은 자신들의 삶을 견뎌내고 있다. 고아원에서의 정신적·육체적 폭력과 소외를 겪어내면서 성장하는 주인공들은 또다시 소외의 방법으로 나아가며 자신들의 삶을 견딘다.
작품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태생적 음울과 불안이 끝내 죽음으로 치환되며 인간 내면의 부재에 대한 슬픔과 통찰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애정과 결핍, 욕망과 허무를 떠도는 이야기
인연의 회오리를 돌고 돌아 다시 한 자리에 머물게 된 사람들. 서로를 탐욕하고 끝내 허무의 세계로 투신하는 인물들. 그들의 그림자에서 저자는 인간의 본질과 징후에 관한 이야기를 투시하고 있다. 또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모든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문장과 긴장의 이완을 반복하며 거미줄 형식으로 페이소스의 절정에 치닫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하여 모든 고통의 근원을 재구성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성장기의 아픔을 지나 다시 마주 앉은 아픔
이 소설은 한 고아원에서의 성장기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각각의 인물들이 공유하고 있는 아픔과 절망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가의 서술을 통하여 드러나는 뼈아픈 주인공들의 아픔은 어린 상처에서 다시 큰 상처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근원을 알 수 없는 고아들의 세계에서 아픔은 계속해서 전이되며 대물림된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이전에 이 소설을 통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각 개인의 삶을 투영하고 고찰하는 방법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
고뇌의 강에 걸린 다리처럼…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책의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우리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유명 팝송을 떠올릴 수 있다. 소설을 장악하고 있는 분위기가 이 팝송의 가사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삶을 통하여 우리는 어떤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소설의 후반부에 갈수록 우리는 죄의식이라는 거대한 어둠과 만나게 된다. 팝송 가사를 인용하자면, ‘어둠이 오고 고통이 주위에 가득 찰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과 만나게 되며 끝내 비극과 절망의 경계선에서 하나의 다리가 되는 것이다.
비극과 절망 사이에 놓인 다리는 더 이상의 영원성이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그 자리에 놓이게 됨으로써 어둠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소설의 결말은 이와 같은 울림을 잘 보여주며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고 있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운명이라면… 슬픈 연인들의 이야기
비극과 절망 사이의 다리가 되어 함께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처연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끝까지 불행한지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재단할 필요가 없다. 각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그 불행의 끝에서도 평온을 발견할 수도, 더한 절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작가가 건네는 우리 스스로의 질문일 수 있으며, 아무도 모르는 개개인만의 답이 될 수 있다. 비로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주인공들의 삶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발췌
푸른 달빛 아래 허리까지 닿은 검은 머리로 가만히 속삭이는 이화의 자태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이화 곁으로 다가서던 순간 삼각파도가 낚싯배의 선수를 후려쳤다. 두 사람은 튕겨서 파도에 휩쓸렸다. 김현은 릴을 잡고 있었다. 본격적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했다. 물고기의 힘과 탄력이 느껴지던 순간이다. 물고기는 김현을 끌고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승리를 자신하는 듯 물고기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고기에게 몸을 맡긴 채 끌려갔다. 이화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이화의 목소리가 파도의 등 너머로 가냘프게 들려왔다. “너무 멀리 나왔어. 그냥 물고기를 놓아줘.” 김현은 짐승처럼 퀭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태풍의 공포에 떨었다. 물고기와의 싸움은 끝난 셈이다. 은빛 비늘을 떨며 물고기가 수면을 차고 솟아올랐다. 해전에서 이기고 돌아온 해군 제독처럼 의기양양했다. 김현은 구명조끼에 의지해 달아나고 있던 은비늘 물고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고기에 당했다는 허전함이 갈비뼈 사이를 뚫고 뻐근하게 올라왔다. 물고기와 진검승부를 겨뤄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코와 입속으로 짠 바닷물이 계속 들어왔다. 입에서는 바닷물을 내뿜으며 팔을 휘젓고 다리를 밀치며 앞으로 철썩철썩 나아갔다. 물은 차지 않았으나 밤이 주는 공포에 이화가 지쳤다. 대여섯 척 낚싯배가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의 도움으로 이화가 먼저 낚싯배에 올랐다. 이화가 갑판에서 손을 내밀었다. 김현은 사뿐히 낚싯배에 올랐다. 낚싯배가 거짓말처럼 말짱했다. 이화가 너무 멀리 나왔다며 릴을 걷었다. 높은 파도에 물고기들이 물속으로 숨어들었는지 입질도 하지 않았다. 낚싯배의 선수를 호텔 쪽으로 돌렸다. 높은 파도에 두 사람은 왝왝거리며 눈물까지 흘렸다. 낚싯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섰는데 긴장과 불안에 시달린 이화가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쓰러졌다.
-본문 중에서
나는 극한의 인간 정신만이 도달할 수 있는 원생 근성을 길렀다. 시련과 질병의 바람을 풍차와 같이 맞서는 원생 근성과 신앙의 힘을 길렀다. 나는 어려운 환경에 울 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역경에 적응하는 강인한 원생 근성만 길렀다. 몸은 거부하고 있는데 의지는 포기를 모른다. 숱한 질병에 시달리며 개척교회의 실패에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꿈 때문이다. 희망 하나만을 거머쥔 채 버텨온 나에게 꿈은 이미 신앙이 되어 버렸다. 꿈은 이곳 너머 외딴곳에 존재하면서도 현재의 나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날들, 옆구리가 저리고 가슴이 무너지는 고통의 날들을 살아왔다. 꿈은 좌절에 채여 비척거리고, 갈 곳 잃은 내일은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린다. 하나 숱한 질병에 시달리며 실패를 거듭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프지 않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고통 없는 인생은 바싹 마른 건조한 인생이다. 인생은 꿈조차도 잿빛이다. 시련과 질병은 나를 단련하는 하나의 용광로이며 채찍이다. 그냥 묵묵히 나의 삶을 받아들이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한다. 실패와 질병은 도전의 기회이고, 집요한 집념의 시간이고, 눈먼 기적의 현장이다. 어둠의 끝을 보는 대신 어둠 끝에 웅크린 밝은 빛을 본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나의 삶과 경력을 적극 활용하였다. 지금은 은퇴하고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일선 선교사의 삶까지 소재로 삼아 현실성을 최대한 살려 실감 나는 표현을 하고자 노력했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와 경력은 내가 실제 살아온 삶을 소설화 하였다.
-머리말 중에서
차례
머리말
제1장 전 사람이라 꼬리가 없는데요 제2장 빗속의 여인 제3장 이화는 너의 태양 제4장 영혼을 판 창녀 제5장 가끔 인간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이 태어나곤 하죠 제6장 당신 딸이 짐승에게 당했다면… 제7장 호숫가를 구르는 낙엽이 심사를 처연하게 한다 제8장 난 생일이 없어요, 없다고요 제9장 묘비는 침묵으로 운다 제10장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저자소개
김종명
부산 출생 숭실대학교 졸업 장로회신학대학원(M.DV) 졸업 장로회신학대학원(TH.M) 졸업 서울은행 21년 근무 생명의말씀사 감사 푸른숲 교회 목사
이 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