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시집을 읽다보면 생각하게 된다. 내 주변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내 삶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말이다.
이 한 권의 책은 ‘한 권의 삶의 방식’이다. 저자는 자기 앞의 생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한 엄마이자 한 여자이자 한 인간이다.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녀는 언젠가 도망쳤던 삶의 한 장소에서의 기억을 반성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씩씩하게 쳐다본다.
우리는 시집을 읽으며 그런 용감하고 씩씩한 시선의 틈에 끼어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을 덮고 난 뒤 우리는 때론 웃지만 때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삶의 양 얼굴을 똑똑히 쳐다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서평
삶의 한 장소에서 사랑의 홀씨를 흩뿌리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러므로 사랑을 주고받는 길을 한 갈래로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40년간 애달프게 시를 짝사랑해 온 ‘시인’ 소정진 씨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그려나갔던 사랑의 지도를 이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이 책 속에는 여러 갈래의 사랑의 길이 놓여있다. 어느 길을 따라갈 것인가는 읽는 이의 몫이다. 어느 길을 선택해 가더라도 결국엔 한 인간의 삶에 도달할 것이다.
시집 안에는 다섯 가지 풍경이 놓여있다. 참 감사한 내 삶의 풍경들, 사랑이 있는 풍경, 미소가 번지는 풍경, 그리움이 있는 풍경, 가슴 먹먹해지는 풍경. 우리는 잠깐 시간을 내서 이 풍경들을 따라가 보자. 우리는 사랑하고 또 삶을 꾸려나간다.
우리는 어느 정도 크기의 영토에서 사랑을 짓고 삶을 꾸리고 사람을 대하고 어울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우리 삶의 영토, 그 크기를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우리들 마음속에 계절 따라 피고 지는 나만의 꽃밭이 있음을 발견하고 삶에 대한 열정과 감사함으로 내 안의 꽃밭이 메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게 될 것이다.
본문발췌
사랑은 먼 곳에서의 부드럽고 달콤한 백 마디가 아니라 가까이에서의 소리지름이며 어울림이다 가끔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는 눈흘김이며 부대낌이다
-「사랑을 알다」 중에서
여기가 좋은가 갈 곳이 좋은가 한 번쯤은 고개 갸웃거려 재보기라도 하지 이 옷을 입고 갈까 저 옷을 입고 갈까 한 번쯤은 옷 욕심내어보기라도 하지 나이 들고 병들어 터벅터벅 내딛는 걸음걸음 에라, 나 힘들어 못 가겠네 나 좀 쉬게 해주게 같이 가는 검은 친구에게 투정이라도 좀 부려보지 이미 가기로 했으니 안 갈 수도 없으니 그냥 묵묵히 열심히 가려는 건가 평소 성격 그대로 떠나가지 말라고 송아지 다섯 마리 움메움메 우는데 울다 울다 목이 잠겨 흐린 눈만 끔벅이는데 깊은 울음 한번 내지 않고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갈 길 가버린 당신, 칠 곡 소.
-「칠곡소, 이 세상 떠나가던 날」 全文
목차
시 머리에
1장 참 감사한 내 삶의 풍경들
내겐 너무 예쁜 손 너무 맑은 웃음, 한번 보았을 뿐인데 사랑스러운 빚쟁이, 행복한 빚쟁이 좋은 씨앗 뿌리기 내가 감사함과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비처럼 내리고 눈으로 쌓이네 취해버린 아침 꼭 한번은 그러지 마요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 신께서 하시는 일은 신 앞에 무릎 꿇다 살고 싶어지는 이름이여!
2장 사랑이 있는 풍경
사랑이 시작될 때… 기억의 길을 걷다 겨울밤의 소망 고마워요, 미안해요 쉽게 쓰이지 않는 편지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었나? 사랑을 알다 언제나 애기 아프지 마 진실 오전반, 오후반 환한 봄햇살에 “눈부셔”하며 울어버리고 싶은 그런 날이 있어 나란히 가는 수레 저 멀리서 내 기쁨이 뛰어온다! 그림자만 보아도…
3장 미소가 번지는 풍경
아침이 즐거운 동네 약속 어쩌라구? 넘쳐도 안 된다 살아서 후손 걱정, 죽어서도 후손 걱정 배에게 미안한 일이 될 줄 알면서도 청개구리 엄마 자랑 새집 줄게
사는 게 참 그런 날, 많습니다 걱정이 내 몸을 허기지게 해 엄마가 못 해준 일, 고양이가 해주다 깨달았을 땐! 이길 수 없는 전쟁 내가 힘들어 안 되겠다
4장 그리움이 있는 풍경
엄마는 아마 나보다 더 하늘나라 엄마 꿈속 엄마의 서랍 가슴 먹먹한 날에… 예감 먼 길 혼잣말 향미다방 아버지는 칠곡소 너무 사랑해요… 칠곡소, 이 세상 떠나가던 날 푸른 집 백번에 한 번이면 족하겠구나! 나 당신 가볍게 좋아할까요? 그리움
5장 가슴 먹먹해지는 풍경
외로움이 깊어지는 나이 그래, 내가 그래 줄게 가끔은 나도 흔들린다 나에게 내가 해줄 수 없는 말 괜찮아, 이젠… 친정집 호강이 호강 같지 않은 날 똑같아 친구들은 몰라도 돼 왜 항상 기억은 그날, 그때, 나의 선택 내 마음 자주 길 떠나다 감정 제로 살다보니 알겠더라 슬픈 사람 네가 있어 다행이다 가까이에 있는 하늘 이젠 숨바꼭질을 끝내고 싶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씩씩한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마흔여섯, 대구의 슈퍼 아줌마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시라는 것을 적어보고 그때부터 시작된 지독한 짝사랑. 사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뜨겁게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내 사랑 아니구나…” 마음에서 툭 내려놓지도 못한 채 4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짝사랑이 나를 열이 펄펄 나도록 아프게 하고 주저앉아 많이 울어버리게도 했지만, 그 짝사랑이 내 가슴에 꾹 박혀있었으므로 살아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참 행복한 날들이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 실린 시들은 내 삶의 모습들을 내가 꺼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언어들로 그림 그리듯 표현한 것들입니다. 한 번 드러내 보인 사랑, 이젠 그 어떤 두려움 없이 더 뜨겁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일이 힘드신 분들에겐 어서 빨리 즐거운 일 생기시라고, 힘내시라고. 즐겁게 사시는 분들에겐 그 즐거움 계속 이어지라고. 오늘도 몸과 마음의 모든 정성과 신명을 모아 “어서 오세요” 큰소리로 인사합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 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