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 가슴 속 답답하게 고여있던 것들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아 있는지조차도 모르게 가버린 청춘을 위하여 누군가가 울어주는 것만 같아   웃으면서도 눈물로 반겨줄 사람이 그리워 흠뻑 젖은 원추리 꽃 닮은 사람이 그리워   여름 숲 속에 비가 내리면 외로운 사람은 그의 님을 만나. -「여름 숲에 내리는 비」 전문－     별들이 그리움처럼 쏟아지던 바닷가 파도가 추억처럼 부서지는 여기서 비 내리는 날 먼 산 낙엽송 노란 마지막 단풍을 바라보는데도   그가 이 세상에 살아있어도 평온하고 그가 바로 여기에 없어도 서운하지 않아 그래도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어오고 파도는 밀려와 부서지고 별들은 빛나 쏟아지고 아무렇지도 않아.　　  -「11월」 전문－     찬란할수록 깊어지는 적막 아름다울수록 짙어지는 허망 적막은 깊을수록 찬란해지고 허망은 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별이 빛나는 밤 강바람이 불어와 달빛 별빛 불빛 노을 지는 잔물결 일렁이는 환희.   －「별이　빛나는　강」　중에서－

하늘처럼 땅처럼 산처럼 물처럼 무심하게 돌아와.　 －“가을　산길로”　중에서－ 인간의 님은 소유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니 이슬 맺힌 달빛과 그리워하던 기억만 응어리 풀어진 가슴에 품고 돌아와. －「남한산성　야간산행」　중에서－     내가 너를 기뻐하듯 네가 나를 즐거워할 날은 언제쯤일까 까맣게 타 버린 내 입술이 다시 붉어지는 그날쯤일까 나도 너처럼 다시 피어나고 싶다.　   －「들꽃」 중에서－   여린 꽃 갓 피어나는 꽃잎 훔치듯 아무도 모르게 풋사랑 자석처럼 이끌린 입술 어쩌면 천 년 전 생부터 참고 참아오다가 드디어 닿은 입술 영혼이 입술로 해서 그에게로 빠져나가 혼미하고 황홀하여 남몰래 고이던 눈물．   －「첫　키스」 중에서－   그리워하다가는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아 사랑을 하다가는 그 바람에 몸이 부스러질 것만 같아 젊은 날 젊은 기운은 화려한 단풍바람 타고 날아간 거야 사랑도 이젠 할 수가 없어 그리움도 이젠 견딜 수가 없어.　   －「낙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