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주제는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주제는 사랑과 이별이다. 흔하디흔한 소재이지만 그만큼 우리 삶 속에서 가장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유행가 가사처럼 시도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 가을, 사랑을 노래하는 시집이 한 권 나왔다. 이 시집은 우리의 하루에 차분히 스며들 것이다. 시집을 읽자면 편편마다 녹아 있는 사랑의 노래가 들린다.그러니까 이 시집의 근저는 사랑이다. 시집을 읽으면 어느 작품 하나 사랑이 담기지 않은 시가 없다.

 

누가 보든 안보든 내가 정직하고/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내가 성실하게 사는 것은//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날 위해 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정직하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정직하게 사는 것이고// 누구를 위해 성실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해/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누구와는 상관없이 날 위해 바르게 살아도/ 그것이 곧 누구를 위한 길로// 그 누군가가 휘청거릴 때/ 부축해 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 - 「날 위해 바르게 살아도」 전문

시에서, 사랑은 ‘보여지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의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는 자기애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이 바로 서야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존중과 배려가 이 모든 자기애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자기애에서 사랑은 연민으로 확장된다.

난 너를 잊지 못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지낼 때면/ 비지땀 줄줄 흘리며/ 살아가는 너를// 차가운 겨울/ 따뜻하게 잠잘 때면/ 찬 방에서 뒤척이며/ 밤을 새는 너를// 난 너를 잊지 못한다/ 따뜻한 밥 배불리 먹을 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빈번한 너를// 필요한 것/ 아쉽지 않게 가질 수 있을 때/ 작은 일용품 하나도 쉽게 사지 못해/ 벌벌 떠는 너를// 네가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슬픈 현실로 인해/ 난 괴로워한다 - 「난 너를 잊지 못한다」 전문

나보다 여건이 더 안 좋은 사람에게 품는 연민의 마음. 이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품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한 사랑 또한 시 안에서 이야기한다. 나의 편안함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불편함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시는 일관 되게 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 위의 인용한 시처럼 보편의 마음에만 머무른다면 시집은 감상적인 시집으로만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시 한 편을 더 보자. 다음 시에서 오 로베르따 수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가 드러난다.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 그 상태에서 더 큰 사랑으로 확장된다.

너는 울지 못했다/ 울 수 있는/ 기력이 없었기에/ 내가 대신 울었다// 너는 웃지 못했다/ 웃을 수 있는/ 웃음거리 없었기에/ 내가 대신 웃었다// 너는 말하지 못했다/ 말할 수 있는/ 처지 못 되었기에/ 내가 대신 말했다// 너는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에게는 더 이상/ 악써가며 버티고 싶은/ 세상이 아니기에// 내가 대신 일어나 줄 수 없다/ 그것만은 네가 해야 한다

연민을 넘어서서 한 발자국 떨어져 줄 줄 아는 사랑 또한 드러난다. 대신 ‘울어 주고’ 대신 ‘웃어줄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것은 ‘너’의 몫으로 남겨 둔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돕지 않고 그저 지켜만 봐야 할 때가 있다. 그때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간다. 그러나 한 발자국 떨어져 있어주는 것 또한 ‘사랑’이 해야 할 몫이다. 시집에서 사랑은 일관되지만 다양한 상황으로 나타난다.